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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차
1. 장애인의 건강권이란 무엇인가? – 인간으로서의 기본권
건강권은 인간이라면 누구나 누려야 할 기본적인 권리이며, 장애인에게 있어 더욱 중요한 삶의 기반이다. 건강은 단순히 질병이 없음을 뜻하는 것이 아니라, 신체적·정신적·사회적 안녕이 모두 충족된 상태를 의미한다. 이러한 정의에 따라, 장애인에게는 장애로 인해 생긴 어려움뿐 아니라 일반적인 건강 문제에 대한 예방, 치료, 재활을 포함한 전반적인 의료 접근성과 권리가 보장되어야 한다.
하지만 현실에서 장애인은 건강권을 온전히 보장받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접근 가능한 병원이 적고, 장애 특성에 맞는 의료서비스를 제공하는 기관이 부족하며, 의사소통의 장벽이나 인식 부족으로 인해 적절한 진료를 받지 못하는 사례가 빈번하다. 특히 지체장애인은 이동의 어려움으로, 청각장애인은 의사소통의 어려움으로, 발달장애인은 증상의 표현 및 이해 부족으로 인해 진료 자체가 지연되거나 회피되는 경우도 있다.
이러한 의료 불평등을 해소하기 위해, 건강권은 단순히 의료를 이용할 ‘기회’만 보장하는 것이 아니라, 실질적인 ‘이용 가능성’까지 보장해야 한다. 이를 위해 장애인 당사자의 건강 실태를 반영한 정책 수립, 의료기관의 접근성 강화, 장애 특화 의료진 양성, 경제적 부담 완화 등 다각적인 접근이 필요하다.
「장애인 건강권 및 의료접근성 보장에 관한 법률」은 이러한 문제를 개선하고자 2017년 제정되었으며, 장애인의 건강 유지 및 증진을 위한 기본적 권리를 법률로 명문화하였다. 이 법은 국가와 지자체가 장애인의 건강관리 체계 구축, 정보 제공, 시설 기준 마련 등 다양한 조치를 취할 의무를 가진다고 명시하고 있다.
2. 재활 의료 서비스의 필요성과 구성 요소
장애인의 건강관리는 단기적 치료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장기적이고 지속적인 재활의료를 중심으로 이루어져야 한다. 재활의료란 신체기능 손상이나 상실, 또는 장애를 가진 사람이 최대한 독립적인 삶을 영위할 수 있도록 돕는 의료 서비스이며, 물리치료, 작업치료, 언어치료, 심리상담, 운동처방 등 다양한 분야로 구성된다.
특히 사고, 질병, 선천적 장애로 인해 후천적으로 장애를 얻은 사람은 초기에 제대로 된 재활치료를 받지 못할 경우 평생 장애가 고착화될 수 있다. 반대로, 조기에 적절한 재활의료를 제공받으면 신체기능의 회복 속도는 물론, 자립 가능성과 삶의 질도 현저히 높아질 수 있다. 이 때문에 재활의료는 단순히 선택이 아닌, 필수적 복지로 간주된다.
한국의 경우, 재활의료는 일반 병원보다 전문 재활병원, 지역 보건소, 복지관 등을 중심으로 이루어진다. 특히 뇌병변, 척수손상, 근육장애, 언어장애 등을 가진 사람들은 집중 재활치료가 필요하며, 일부 병원에서는 특수 장비를 갖춘 집중 재활 클리닉을 운영하고 있다. 하지만 지역 간 접근성 차이, 보험 적용의 제한성, 치료 인력의 부족 등이 여전히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다.
정부는 이를 개선하기 위해 장애친화 건강검진기관 및 공공재활의료센터 지정사업을 추진하고 있으며, 지역사회 중심의 재활 연계망을 확충하는 데 힘쓰고 있다. 또한 2020년부터는 보건복지부가 ‘재활의료기관 시범사업’을 통해 회복기 재활, 사회복귀 지원 등 통합 서비스를 제공하는 모델을 구축 중이다.
재활의료는 단순히 회복만을 목적으로 하지 않고, 교육·직업·사회참여로 이어지는 전 과정을 포괄하므로, 모든 장애인의 삶을 뒷받침하는 장기적이고 필수적인 지원 체계로 기능해야 한다.
3. 장애인 건강권 보장을 위한 제도적 지원과 정책 현황
장애인의 건강권을 실질적으로 보장하기 위해, 정부는 다양한 제도와 정책을 시행하고 있다. 대표적인 제도는 앞서 언급한 「장애인 건강권 및 의료접근성 보장법」을 중심으로, 건강검진 지원, 공공재활기관 지정, 의료비 경감 등이 포함된다.
먼저, 장애인을 위한 건강검진 제도가 마련되어 있다. 기존의 일반 건강검진은 장애 유형에 따라 참여율이 낮았기 때문에, 보건복지부는 별도로 장애친화 건강검진 항목과 기관을 지정해 검진 접근성을 높이고 있다. 휠체어 이동이 가능하도록 시설을 개조하고, 시각·청각 장애인을 위한 영상 자막 및 수화통역 서비스도 병행되고 있다.
또한 공공재활의료센터는 지역 내에서 재활의료 접근성이 떨어지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주요 정책이다. 이 센터들은 통합 진료, 기능 회복 프로그램, 사회복귀 훈련 등을 함께 운영하며, 민간 재활병원과의 연계도 강화하고 있다. 일부 지역에서는 커뮤니티케어와 연계하여, 병원 퇴원 이후에도 재택 재활을 받을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
경제적 지원도 중요한 축이다. 장애인 의료비는 건강보험 산정특례, 의료급여제도, 본인부담 경감제도 등을 통해 경감되고 있으며, 특히 저소득 중증장애인의 경우 본인부담금이 거의 없는 수준까지 지원된다. 보장구 구입 비용 지원도 포함되어 있어, 보청기·휠체어·욕창방지 방석 등도 해당된다.
이 외에도 지역보건소나 복지관, 건강생활지원센터에서는 장애인을 위한 맞춤 건강 프로그램, 운동교실, 심리상담 등도 함께 운영하며, 예방 중심의 건강 증진 서비스를 강화하고 있다. 또한 발달장애인이나 중증지적장애인과 같이 의료 의사소통이 어려운 대상자에게는 보호자 동반 진료 가이드, 행동 중심의 건강관리 교육 등이 병행되고 있다.
4. 향후 과제와 장애인 건강권 실현을 위한 방향
장애인 건강권이 단지 법령에 명시된 권리로 남지 않고, 실생활에서 실질적으로 작동하기 위해서는 몇 가지 중요한 과제가 있다. 첫 번째는 의료 접근성의 지역 격차 해소다. 일부 도서산간이나 중소도시에서는 전문 재활기관이나 장애친화 병원이 전무한 경우가 많아, 장거리 이동에 따른 경제적·신체적 부담이 크다. 따라서 지역별 공공재활센터 확충과, 재택 의료 및 방문진료 서비스 확대가 시급하다.
두 번째는 장애 친화적 의료 인프라의 정착이다. 진료실 공간 구조, 수납 창구 접근성, 시각적 안내 시스템, 수화통역 및 AAC 장비 확보 등은 단순한 시설이 아니라, 의료기관의 기본적인 서비스 요소가 되어야 한다. 현재 일부 대학병원에서 장애인 진료 전담팀을 구성하고 있지만, 전국적인 확산은 아직 부족한 상황이다.
세 번째는 의료인의 인식 개선과 교육이다. 아직도 일부 의료진은 장애인을 진료하는 데 부담감을 느끼거나, 장애 특성을 고려하지 않은 일률적 진료를 시행하는 경우가 있다. 이를 개선하기 위해서는 의과대학 커리큘럼 내에 장애 이해 교육을 강화하고, 보건소와 지역 병원 대상으로도 장애 인권 교육을 지속적으로 확대해야 한다.
마지막으로는 장애인 당사자의 건강 자율성 강화다. 장애인이 스스로 자신의 건강 상태를 인식하고, 필요한 조치를 취할 수 있도록 정보 접근성과 자기결정권을 높이는 것이 중요하다. 이를 위해 모바일 앱을 통한 진료 예약, 병원 내 전자문진 도입, 건강관리 수첩 보급 등 디지털 기반의 자기관리 도구가 효과적일 수 있다.
📌 모든 국민이 건강할 권리가 있다면, 장애인도 그 권리에서 결코 예외가 되어서는 안 된다.
📌 장애인 건강권 보장은 단지 복지의 문제가 아니라, 인권과 정의의 문제다. 실효성 있는 제도와 사회적 책임이 함께 작동할 때 비로소 진정한 건강권이 실현될 수 있다'사회복지' 카테고리의 다른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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